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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travelogue/NewYork

2009.07.21.#0 몸살

하루종일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누워 있기만 한게 아니라 거의 의식이 없었다.
고열에 계속 추워서 아우는 땀 삐질 흘리는데 침낭 속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빗소리도 요란하니 차라리 잘 됐다 싶어 그냥 있기로 했다.
아침에 학회로 출발했던 아우는 한시간 정도 있더니 문을 두드련다.

기차가 고장이 나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난리 쌩쑈 라는 것이다.

한시간 걸린다더니 언제 고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들어 왔단다.
한참 뒹굴거리더니 나가서 근처에 한국 음식점에서 점심꺼리를 사왔다.
타이레놀 한통과 함께.

내가 먹는 것이 650미리 서방정. 



근데 얘가 그걸 65미리로 알고
"누나 여기는 165미리가 주니어 용인데? 몇배냐 이거.."
ㅎㅎ
결국 난 그 덜쩍지근한 주니어 타일레놀을 한번에 네알씩 털어 넣다가 목에 걸렸다.

몇숟가락 먹고 타일레놀 먹다 목에 걸리고 또 잤다. 


아우는 오후 세션에 들어 가려고 나갔는데 다섯시 좀 넘으니 또 들어 왔다.
"벌써 오냐.."
"아직도 자나.."

세션만 마치고 들어 왔단다.

아무래도 내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여 세션만 마치고 그냥 온게 아닌가 싶은데 그 속은 알길이 없다.
원래는 열두시가 다 되어야 들어 오는데.

또 저녁을 내온다.

몇숟가락 뜨고 또 약먹고 누워있었다.
열이 내려 가질 않아서 큰일이다.

감기 기운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계속 얼음물 들이키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억지로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다시 눕기를 되풀이 했다.

잠도 못자고 기절하거나 정신들거나 하며 하루 밤을 샜다.
그날 하루 마신 물이 다섯통이 넘는 것 같다. 

확실히 어릴 때부터 뜨거운 햇볕아래 오래 있으면 백발 백중 탈이 난다. 
절대 무리 해선 안 된다.
예전 같지 않다.
열 몇시간 걸어 다니던 때와는 또 다르고, 사막동물이라 물 안마시고 다니던 것도 다 지난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밖에 비가 끊임 없이 줄기차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