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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travelogue/NewYork

2009.07.22.#2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들도 큰 배낭을 메고,
아무리 나이가 많고 뚱뚱해도 자신있게 몸매가 드러나는 옷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척 얹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보기가 좋다.
더 생소한 것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할 만큼, 혹은 보고 기구를 들고 보행해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데도 버스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은 다 다니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나도 거동이 좀 불편하니 만큼, 살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미술관 별로 좋아 하진 않는데, 그렇다고 도심에서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가자니 몸상태를 좀 살펴야 할 것 같아서 결정 했다.
마침 미술관에 식당도 좋다고 하니 풀을 좀 먹어야 겠다.

버스를 타러 가는데, 버스 지도를 펼쳐 들고 정류장을 찾아 가니, 아무리 봐도 어디에 버스가 서는지를 모르겠다.
갸웃 하고 지도를 쳐다 보고 있으니
전단지 나눠 주던 아주 까만 특히 까만 흑인 청년이 톡톡 치며 앞쪽을 가리킨다.
함박웃음을 날려줬다.

기겁 했겠지.


저 멀리서 다가오는 M4 버스.
운전사는 멋쟁이 흑인 아줌마.

가다가 어떤 아줌마가 버스 카드를 넣었는데 잔금이 없는거다.
"누구 잔돈 있는 분 안계세요?"
곳곳에서 동전이 조금씩 모이고 무사히 아줌마도 버스 요금을 냈다.
이곳 저곳에서 손이 하나씩 올라 오면서 코인을 주는 .. 거 참.. 허허..인심 좋은 동네네..

무사히 버스를 타고 두세 블록 간격으로 세우는 버스 루트를 살피다 적당한 곳에서 내렸다.

크구나.


아우가 여기 식당이 좋다고 했는데, 그나마 싼 곳이 카페테리아 일것 같아서 그리로 내려 갔다.
원래는 기부금만 받고 입장이 되었다는데, 내가 갔을 때는 입장이 20불.
그러면 알루미늄으로 된 조그만 핀을 준다. 티셔츠에 달면 된다.
주로 사람들은 대충 달고 떨어트리는데, 주워서 밖에 있는 사람 갖다 줘도 쓸 것 같다.
뭐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아무튼, 난 쌀줄 알고 갔던 카페테리아.
전혀 눈에 익지 않은 인터페이스.
어찌 해야 될지를 몰라서 그냥 치즈 버서 하나를 주문하고 샐러드 따로 담고, 조그만 팩 오렌지 주스와 또 탈나지 않기 위해 물 한병.
그리고 계산대에 들이미니..

22불이 넘는다. ㅜㅜ
내가 돼지냐? 응? 돼지야?

접시에는 안보이지만, 쪼그만 빵하나는 휴지에 싸서 가방에 잘 넣고, 물도 넣고, 감자는 다 남기고 야채와 버거는 먹었다.
버거도 위에 있는 빵은 안먹었다.
음..혹시 다음 여기 올 일이 있다면, 굳이 저 버거 같은건 안시켜도 될 것 같고 그냥 샐러드 가볍게 한접시 담고, 커피 한잔에 머핀 한개 정도 집어 오면 될 듯.
저 감자 아깝기만 하다.

프란시스 베이컨 특별전 중이었는데, 음.. 이렇게 괴상한 사람인지 몰랐네.
뼈 라던가, 근육, 피 같은 것이 좀 많이 보였고 형상도 기괴 하고..

이런 것을 말이다.

미켈란젤로 초기작 같은 점잖고 중후한 그림도 물론 많았지만, 어째 이날 본 것은 죄다 예수, 마리아, 나폴레옹, 그리고 육덕진 여자들.

아메리칸 윙 이었나.. 닭고기가 아니고, 저렇게 건물 안쪽으로 한바퀴 둘러져 있는 테라스 같은 거였다.

예수 그림 중에선 이게 좀 마음에 들었던 편.

윙에 있던 스테인드 글라스. 난 스테인드 글라스를 아주 좋아 한다.

아니 근데.. 아직 2층 밖에 못봤는데 벌써 문닫는다고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너무 한거 아냐?
왜 이렇게 일찍 끝나..1층도 못봤는데..
이집트 미술도 못봤고, 아직 2층 아프가니스탄도 못봤단 말이다.. ㅠㅠ

아무튼 쫓겨 났다. 밖에 나와 보니 박물관 앞에 뭔가 퍼포먼스가 있는 듯 하다.
날렵한 흑인 청년 셋이 춤도 추고 사람도 불러내서 뭔가를 했는데, 셋이 입을 맞춰서 외치는 농담이 꽤나 웃기다.

조금 보면서 웃다가 나도 잡혀 들어 갈까봐 나옴.

오던 길은 퇴근시간. 버스가 limited 라는 것이 있는데 원래 2-3블록 마다 세우던 것도 거의 8-9블록에 한번씩 선다.
버스와 스쿨 버스가 거칠게 달리는 걸 보면 여기가 뉴욕이구나 싶다.

교통 체증에 버스가 섰다.
44번가 였다.

어떤 신사가 밖에서 차문들 통통 두들겼다.
기사 아저씨가 안세운다고 했다.
신사가 큰소리로, 하지만 안에서는 전혀 들을수 없고 입모양으로만
"그럼 어디서 서!"
"42번가!"
"알았어!"

그러더니 뛰어 간다. 42번가로.

그 아저씨가 버스 보다 먼저 42번가에 도착 했다.
거기서 물론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