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인간은 적응의 짐승.
여행 수첩 때문에 고민하다가 볼펜 넣기 좀 애매해도 어찌 해볼 심산으로 몰스킨을 가져왔는데
밴드를 옆으로 둘러 볼펜 고정.


한국 아줌마 뉴욕 시내에서 장 봐왔다.
도시락하며 쏘세지며, 아침 저녁 먹을거리를 잔뜩 사옴.

기차 안에 좀 생소한 냄새가 났을 텐데.. 승객들에겐 좀 미안했고.
7시 22분 기차가 가장 인기 좋은 퇴근 기차 인 모양이다.
항상 자리가 없다.
사람들이 세칸짜리 좌석에 가운데는 앉지를 않기 때문에 더 그럴 것.

자리가 없어서 제일 뒤쪽에 접혀 있던 의자를 펴고 짐보따리 까지 풀어 놨다.

몇정거장 가고 나니 갑자기 웬 아줌마가
'여기 장애인석 같은데' 하는거다.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앞자리 앉아 있던 동양인 남자는 벌떡 일어서서 저 앞으로 갔고
나는 허둥지둥..

왜냐면 내 자리에는 장애인 석이라는 표시가 없었고 짐도 너무 많았다.
아줌마 멀쩡해 보이는데..
그 아줌마는 내가 앉았던 자리에 크고 꺼먼 개를 넣으며
'Honey, sit inside honey' 했다.

나 있던 자리에 개 들어갈 뿐이고,
난 멍때리는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 '부인 의자 내리는거 도와 드릴까요' 하고 있을 뿐이고
결국 짐이 너무 무거워서 이 아줌마 엉덩이 옆에 슬그머니 내려놓을 뿐이고..

게다가 이 아줌마 너무 뻣뻣하잖아.

...

알고 보니.. 시각장애인이고, 개는 인도견..헉..working dog 이었다. 

그런거였군. ㅡㅡ;;

뭐 한두정거장 더 있다가 사람들이 왕창 내려서 나도 한자리 차지 했다.

마지막 내릴 때 어떤 아저씨가 '미쓰' 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하도 웅얼거려서 못알아 들었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다음에는 이런 자리 잡으세요, 접는자리 잡지 말고. 그런 뜻인거 같다.
안돼 보였나보다. ㅋ

...

도시락 결과.
너무 배가 고파 평소보다 훨씬 일찍 들어온 아우는 (스토니 브룩 학교엔 도무지 뭐 먹을게 없어서 샌드위치만 먹었는데 이젠 보기만 하면 토할것 같단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돼지 고추장 볶음 도시락에 크게 기뻐하며 마구 퍼 드심.

그 이후, 뭐 사오는 것 마다 잔소리 하셨음. ㅡㅡ;;

Posted by 펄펄 끓는 도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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