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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 Review/concert

경기 필하모닉과 금난새 - 새로운 시작 20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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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경기도문화의전당]


Program :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Verdi 'La forza del destino' Overture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op.18, Rakhmaninov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2
-intermission-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op.36,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 36
Encore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중 Dance Espanol

공연은 매진 되었습니다.현장 구매자로 왔다가 매진 되어서 돌아간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강제동원 단체 관람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제발 조용히 관람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발 악장사이에 박수치고 환호를 해서 리듬을 깨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선입견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공연의 경우, 레퍼토리나 관객이 저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
예매 티켓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오랜만에 짜증을 심하게 냈습니다.
무대에 꽉찬 연주자석이 잘 보이는 앞에서 네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일 경우 이렇게 앞자리는 좋지 않습니다. 균형있는 음향을 들을수 없기 때문이죠..
과연 뒤쪽에 위치하는 금관의 소리가 어떻게 들릴 것인가..
기대반 걱정 반 입니다..
공연 프로그램에는 도지사 인사말이 표지 안쪽에 있군요..ㅎㅎ

첫곡은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스타지휘자 금난새씨는 역시 마이크를 잡고 간략히 설명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듣고 있는 관객에게 자유를 주는 편이 좋기 때문에.. 반갑지는 않습니다)
응? 경상도가 고향이신가봐요..?
지휘 할 때 특징이.. 손가락 포함 손 전체, 그리고 손목을 많이 활용 하시더군요.
손을 뒤집어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하는 모양도 자연스럽게 하시고..

우와.. 관객 환호가 대단하군요.
자..여기서 부터가 중요합니다!!
단지 이 한곡만 했어도 저는 예매 했을 겁니다.
피아니스트 한동일씨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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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창피한건.. 이분을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누구지? 계속 궁금해 하다가 연주를 듣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하면서 어떤 분인지 조금 알게 되었네요.

자리가 앞쪽에다 높이도 생각보다 잘 맞아서 손도 보였습니다.
정확히 시선과 일치하는 건반 높이도 좋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좌석 조정도 없고, 어떤 사인도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 하십니다.
편안히.. 너무도 편안히..
이걸.. 연륜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듬직한 체구에, 할아버지 피아니스트의 노련함..
이 곡을 이렇게 편하게 연주할 수 있고, 든든하다 생각하며 듣게 될줄은...

어른이.. 아이들 장난감을 재미삼아 가지고 노는 것 처럼..

너무 편히 느껴서 그런가..
3악장에 연속된 미스가 들리긴 했으니..
개의치 않습니다.
이런 곡이 이렇게 쉽게 연주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좀 새롭네요..
거기다 오케스트라..기대 이상입니다. ..
저의 깊은 한숨과 함께 연주는 끝이나고 관객들의 끝없는 박수만 계속 됩니다.
연주할때 그 노련했던 피아니스트는 아이가 된 것처럼 쑥스러워하고 지휘자를 계속 포옹하고 함께 퇴장하고 함께 다시 나오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 다시 인사하고..

어쩔줄을 몰라합니다.
지휘자가 한곡을 더 부탁한 듯 하지만..
"오늘 공연은 경기필하모닉 새로운 예술 감독 금난새 선생님을 축하하러 온 것입니다.."라며 들어가셨습니다.
다시 듣고 싶습니다.
미국 캐네기 대통령 재직 당시 백악관에서 연주를 한 공로로, (대한민국을 알렸다해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적도 있다 하는데..
그시대 였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을 테고, 또 그 시대에 새로운 희망이었던 것 같네요.
예전에 피아노 선생님께서 "피아노의 대가는 거의 노년이 되어야 나온다" 라고 하셨지만
젊은 연주자들만 쫓아다니느라 느끼지를 못했는데
오늘 알았습니다.

-intermission-
피협 연주 할때 이미 1악장이 끝나도 박수소리가 나왔는데
지휘자가 뒤돌아서서 제지 했습니다..^^;;; 이런 장면 처음 봅니다..

2부 후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모두 4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연주 시작전에 1악장 마치고 박수 치는건 그만하고 들어가라는 뜻이다..그러니 이곡이 전부 40분 정도 걸리는 곡이니 15분쯤 되는 1악장 마지막에는 시간을 재서 박수를 치지 마라..

라고 미리 부탁을 했습니다.

덕분에 평화로웠죠..^^

ㅡㅡ;; 굳이 밝히자면..
저는 차이코프스키를 들으면...
... 잡니다...
시끄럽든 조용하든... 이 작곡가는 저를 재웁니다..

하여간 공연은 시작 되었고, 아니나달러.. 잠이 들지만 않았을 뿐.. 저는 완전히 딴생각 중이었죠..
듣다보니 제가 지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손가락을 살짝..휘두르다가..3악장에서 깼죠..

3악장은 scherzo, Pizzicato ostinato
일단 스케르초가 익살..해학..이라는 뜻이겠고, 정말 이 악장은 대부분이 피치카토. 즉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며 연주합니다.
튕기며 연주하는 이 귀여운 악장에 웃음이 번졌죠..

참 조용한 악장이었는데..뒤쪽에서 아이가 악을 쓰며 울기 시작합니다..
보호자는 당황해서 애를 그냥 달래고 입을 막으려고 했는지..더 악을 씁니다..
한참 들렸습니다...

참 조용한 악장이었죠...

미취학 아동 데리고 오지 마세요 제발..(너무 매정합니까? 하지만 수많은 관객이 당신의 아이 때문에 짜증이 납니다..)

4악장에서 쾅쾅 거리며 모두를 깨우고..
또다시 엄청난 박수. 그리고 기립하는 도지사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앵콜이 이어집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팀파니 주자가 제 눈에 계속 잡힙니다.
어떤날은 콘트라베이스, 어떤날은 콘서트마스터, 또 어떤날은 목관 주자.. 이렇게 유난히 눈에 띄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팀파니 주자..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타악기를 그렇게 몰입해서.. 멜로디 악기처럼 표현해 내는 그 모습..

그리고 타악 라인이 다 좋았습니다.
팀파니, 탬버린, 캐스터네츠, 심벌즈, 북, 트라이앵글까지..트라이앵글 주자는 어려보이는 여자분이더군요.

오늘은 타악기 만세 입니다.

금난새씨가 예술회관 대공연장 내부를 합판에서 음향반사판으로 교체해준 삼성 테스코에 감사를 표하면서
그런걸 해 주면 대부분 여기다가 '삼성 테스코'이렇게 써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안해서 좋다.. 라고 합니다.
공연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돈이 있어야 좋은 예술 합니다.

기업 지원이 다양화 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활발해 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