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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ch on a broomstick /우리나라 여기저기

계룡산에 기를 털리다.. #3

곧 저지 당할줄 알았는데..

어느덧 젖은 길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입산 통제는. 없다.
이 길은 1.6km 로 표시된, 남매탑으로 향하는 길.
..이라고 지도에는 표시가 되어 있는데 표지 하나 없다.

 게다가 물이 불어서 원래 길이었는지 그게 아니면 실개울인지..
즉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표지도 없다.
표지가 없다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다가.. 저 파란 점퍼 등산객을 만났는데..
남매탑까지 얼마나 남았냐 물었더니 10분 정도 남았다고 하며 '힘들텐데...' 라고 말끝을 흐리고 가셨다. (내가.. 사람을 만난건 맞겠지?.. 이 생각을 산속에서 몇번 했다......ㄷㄷ)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길은 대부분 하산할때 이용하는 길이고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바위로 길이 나 있는 형태 인데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내려오다 다칠 수 있다고 주의를 받았던 것 같다.

그 길을 나는 올라가고 있다.
돌아 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내려가다가는 정말 다칠것 같다.
좀 쉬었다 가야겠다, 하고 멈추면 산모기떼가 덤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팔다리에 붙어 마구 물어 뜯었기 때문에, 몸을 쉴수도 없고, 어느새 팔 다리는 때려잡은 모기 때문에 핏자국이 벌겋다.

...

아니 근데 이쯤에서 회상해 보자면, 고딩때 내 별명중 하나가 '벌레도 안붙는 인간' 이었다.
남들 다 물어 뜯어도 나는 안물었다.
즉.. 이 산에 사는 놈..아니 (암컷이 무니까) 년들은 오늘 물어 뜯을게 없는거다.
왜냐! 입산 통제로 산에 사람이 없거든!
그래도 난 헌혈하긴 싫거든!
이게 .. 길인지.. 계곡인지...ㅡㅡ;;
가끔 고개를 높이 들어 길을 찾아 연결해주지 않으면, 내가 산짐승이다.

 힘들텐데.. 의 주인공 길인가 보다.
..

정말 죽는줄 알았다. 쉬지도 못하고. 오르막을 계속.. 바위의 적당한 곳을 찾아 밟아 가며 올라간다.

계속.
정말 불안해서 미칠때쯤 되자 표지가 나타났다.
남매탑까지 0.2km. 이게 200미터란 이야기지.
평지에서 200미터면 대충 뛰어도 50초면 갈텐데.
당연히 가파르다.

난 레깅스에 동글동글한 워킹 운동화를 신고 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남매탑이 보였을때는.. 남매탑을 본 것 보다 길을 안잃어 버린게 더 기뻤다.
그리고 10분이 아니라 대략 30분 이상 걸렸다.
그래. 남매탑이다. 

원래는 여기서 김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허기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