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itch on a broomstick /우리나라 여기저기

계룡산에 기를 털리다.. #4

남매탑에서 큰배재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어디에도 지도에 표시된 그 길이 없다.
아래쪽에 뭐 다른 길로 가는 표지가 있다는데 거기는 큰배재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다.
남매탑 아래쪽에 집이 한채 있어서 거길 내려가 물어보니 길을 알려주신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좀.. 쉽겠지..
천만에..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조금씩 어두워 지는 것이 불안해 죽겠다.
그래도 길을 맞은 모양이다. 큰배재다.
여기서 길 잘못들면.. ㅎㅎ 정말로 조난신고 해야겠지.
큰배재에서 주차장까지 가깝지도 않은데 빨리 내려가야 한다.
어둡고, 젖어 있어서 위험하고, 정확히 길이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

여기서.. 좀.. 안심이 되었다가.. 초절정 공포였다가.. 다시 안심이 된 .. 하산길 여정이 있는데 .. 나중에 뭐 내키면 따로... 쓰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다.
점점 더 어두워 진다.
전화기를 꺼내서 송수신 안테나가 떠 있는지 계속 확인하게 된다.


물도 떨어지고.. 입은 마르고.. 땅은 젖어 있고. 계곡도 안보인다.

...
저 멀리 좀 밝아 보이더니..

 다 왔다. ㅡㅡ;;

 멀리 보이는 빨간 등산복과 까만 등산복 두분은 부부.
남매탑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그날 만난 몇안되는 등산객이었다.

등산화에 등산복까지 완벽 세팅 된데다 걸음도 빨라서 먼저 내려가시라 했다.

내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걱정을 하셨다며 걸음이 느려도 같이 올걸 그랬다고 하신다.
해는 금방 지고, 바윗길은 위험하니까. 여차하면 다리 부러뜨리는 건 순식간이겠더라.

이 운동화가 등산에는 별로구나.
동동주에 파전하나 두툼하게 부쳐야 되는데.. 온천이 나오는 호텔 예약 소식에 열심히 전문직 양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온음료와 옥수수로 만족한다. ㅋㅋㅋ

호텔이 혼자쓰긴 여러가지로 아깝다.

발목은 아프고, 모기 물린 다리는 부어오고.. 레깅스를 뚫고 물어서 모양새도 흥미진진하다.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다.

...

미친게 틀림없다.

난 등산을 좋아하기는 커녕, 누가 가자고 해도 기겁하던 사람이다.

...

난 원래 여행 중에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것도 싫어하고 나도 인포센터가 아니면 말 거는 법도 없는데...
유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거기 같이 기다리던 할매들하고 수다 떨었다.

"어머니도 유성 가시나봐요? 뭘 이렇게 사갖고 가신대? 과일? 이거 맛있대요?"

뭐..이런..

...

내가 비가와서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