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나이는 그의 글만 보고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염색 머리에 귀걸이.. 그리고 재치가 찰랑찰랑 살아있는 그의 문장을 보면 더더욱.
그래서 요즘 내가 그의 글은 다 읽어버리겠다고 벼르고 닥치는 대로 만나는 대로 읽어 내려가고 있다.
소설이 아닌 산문집. 그의 이야기다. 그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자기 처음 만나 나와 띠동갑인 작가와 술을 마시게 된다고 해도, 나는 하나도 어색해 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일부분을 옮겨본다.
스텔라 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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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그 차를 처음 운전하던 때의 순정한 설레임이 그립다. 어떤 동창, 어떤 친척 못지않게 그 청색 스텔라 GX가 그립다. 그래서 나는 교통사고로 아끼던 차가 폐차되는 장면을 보며 엉엉 울던 중년의 남자를 이해할 수 있다.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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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가대의 지휘자 역시 최선을 다했다. 우리 모두는 그가 최선을 다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 카리스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미 최선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 씁쓸한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지도자로 살아간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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