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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travelogue/Tokyo

2011.01.23 #4. 심야의 방문객 [그저 에피소드]


제목 참 거창하군.

밤에 들어와서 진통제 하나 더 먹고 씻으려는데 밖에 문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잘못 들었겠지.

근데 또 두드린다. 세번..네번.. 문 열어봤다.

어제 한밤중 체크인 할때 만난 아가씨다.

무슨 일인고 하니. 어제 거의 열두시 된 시각에 체크인을 하는데 옆에 웬 아가씨가 지친 표정으로 호텔 직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

영어도 잘 못하고 일본어도 못하니 의사 소통이 될리가..

신용카드 쓸 수 있냐고 묻는거 같은데.. 뭐가 잘못 되었나 싶어 한국말로 물어 보니..
여행 들어와서 시내에서 가방 바닥에 깔아놓은 현금을 다 잃어버렸다는거다.
며칠 더 여행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며.

나도 피곤한 상태고 해서 상냥하게 말은 못했다.
친구 한테 일단 신용카드가 있는지 물어보고 그걸로 일단 쓰고, 경찰서에서 증명을 떼어다가 보험사에 나중에 청구 하라고.

난처한 표정으로, 친구도 형편이 좋지 않다는데.. 아무래도 학생이라 해외 사용 가능한 카드가 하나도 없는 것같다.
형편을 따질때가 아니고, 원래 그렇게 곤란한 상황이면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렇게는 안될테고. 호텔비는 결제 했느냐 하자 한국에서 하고 왔단다.

나도 ..소심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사정이 딱해 보여도 선뜻 내돈 쓰고 나중에 달라는 소리가 안나오는거다.
현금을 충분히 가져 왔다고 장담도 못하겠고.

일단 지갑에서 천엔짜리를 하나 꺼내고 (옆에 오천엔 짜리가 들어 있는지 몰랐다.) 급한대로 일단 내일 교통비와 전화통화 하는데 쓰고, 곤란하면 내 방이 몇호이니 찾아오라고 했다.
천엔 한장 더 줄걸, 캐리어 열어서라도 오천엔짜리 하나 꺼내 줄걸..후회가 계속 맴돌았다.
못받으면 어때..그거 뭐 큰돈이라고.. 첫 여행이라 놀랐을 텐데.. 좀 상냥하게라도 해 줄걸..

바로 그 아가씨가 문을 두드린 것.

돈을 찾았단다!
그 경찰서에 누가 주웠다며 봉투째 가져다 준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가 있나!!

내 돈 천엔을 돌려주며 고맙게 잘 썼단다.
찾았다니 내 일 처럼 기뻐해 주긴 했다만 그래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여행지에서 곤란할 때 누가 도와주면 참..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데 말이다.
2004년 교토에서 나한테 천엔 준 언니. 아직도 안잊었는데.

기회가 또 있으면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좀 도와주고 그래야 겠다.

...

난 종종 그런 생각 한다.

여행자의 수호신이 나를 막 따라다니면서 도와주는 것 같다는 생각.
그 예쁜 대학생의 수호신은 돈도 찾아주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