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1%의 힘!
뜨거운 관심
(하우석 지음/다산북스/2006년 8월/268쪽/10,000원)
■ 책 소개
40대 직장인 주인공 선우. 나름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그는, 어느 날 정리해고와 아이들과의 불화, 아내의 암 선고 등으로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된다. 처음엔 능력 없는 팀원들과 자기들밖에 모르는 아이들을 탓하지만 테레사 수녀를 만나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차가운 관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만 집중하고 관심을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차가운 관심'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모든 성공은 타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며, '차가운 관심'을 뜨거운 관심으로 변화시키는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사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계발서이다.
■ 저자 하우석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를 통해 한국형 스토리 텔링을 개척하여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기획과 마케팅의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그는 경영활동의 모든 과정이 궁극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즉 ‘사람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고 판단,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오랜 기간 삼성, LG, SK 등 기업 조직의 발전에 힘쓰면서, 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광고회사 직원으로 출발하여 창업을 하고 실패와 성공을 거쳐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17년간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든 가장 큰 힘도 바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었다고 말한다. 자기계발 및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행복한 인생을 위한 자기계발서 『하고싶다 하고싶다 하고싶다』를 집필하였다. 현재 공주영상대학 이벤트연출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차례
프롤로그 ― 단순히 돈을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마세요
1장 위기의 줄타기
테레사 수녀와의 만남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강산의 반란
술 취한 밤
알렉스 사장과의 면담
나는 나쁜 놈이다
때늦은 후회
2장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의 고리
테레사 수녀와의 재회
첫 번째 목요일: 뜨거운 관심 vs 차가운 관심
두 번째 목요일: 감사
세 번째 목요일: 관찰
네 번째 목요일: 자기치유와 격려
3장 아내의 선물
뜨거운 관심 프로젝트
에필로그 ― 모든 성공은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뜨거운 관심
1장 위기의 줄타기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회사가 합병되면서 미국 본사는 한국지사에 새 사장을 선임했다. 한바탕 칼바람이 휘몰아칠 것이었고, 그 첫 신호탄이 바로 오늘 쏘아 올려진다. 광고2팀의 팀장 이선우 역시 긴장하고 있었다. 선우는 아픈 아내 대신 슬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느라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침울하고 무거운 공기가 그를 덮쳐왔다. 오영창 대리가 상기된 표정으로 선우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우리 팀을 해체한다는데요?”
해체. 예상했던 일이지만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다. 김 부사장은 선우를 불러 광고2팀을 해체하더라도 선우만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얘기했다. 선우는 2팀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김 부사장이 말했다. “2팀은 단순히 해체가 아니라 팀원들의 정리해고로 이어질 걸세. 최근 3개월간의 성과를 보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네.”
팀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반발하면서 선우에게 팀을 살리라고 요구했다. 선우는 괜한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다. 왜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하는 것일까.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알았어, 나만 믿어! 내가 나 혼자만 살 것 같아?” 그러나 곧이어 후회가 밀려왔다.
강산의 반란
선우의 큰 아들 강산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선우는 화가 났다. 선우는 강산이 야속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회사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있는데, 그런 자신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큰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컸던 탓이다. 최소한 집안 문제로 신경을 쓰는 일은 없도록 해주길 바랐다. 게다가 작은아들 산하는 게이머가 되겠다며 선우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선우는 두 아들이 반항하자 당황스러웠고, 자신이 어쩌다 아이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선우는 아들과 티격태격하다가 저도 모르게 강산의 뺨을 후려쳤다. 강산은 집을 나갔고 아내는 쓰러졌다. 아이들은 원망의 눈초리로 선우를 쳐다보았다.
알렉스 사장과의 면담
선우는 괜히 나섰다가 자신도 해고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알렉스 사장은 선우를 불러 말했다. “이번 회사 합병으로 광고주들이 우리 회사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어요. 한 달 후에 사내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선정해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높일 겁니다. 이선우 팀장도 인사과와 상의해서 빨리 새로운 팀을 꾸리도록 하세요.”
“사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2팀의 해체는 팀장인 제게 큰 책임이 있습니다. 팀원들이 정리해고되는 마당에 저 혼자 회사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새로운 팀원을 꾸려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팀 분위기 쇄신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되지 않는다면 저나 팀원들 모두 사표를 쓰겠습니다.”
거침없이 말하는 선우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던 알렉스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좋습니다. 기회란 좋은 거지요. 잘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고, 잘 안 되더라도 무리해서 정리해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나쁠 것은 없겠군요. 한 달 뒤 프레젠테이션으로 평가하겠습니다.”
선우는 사장과의 면담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해주면서 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나왔다. “솔직히 이번 팀 해체 건으로 팀장님을 다시 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 전에는 팀장님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부턴가 팀장님은 저희를 실적 위주로만 평가하시더군요. 인간적인 유대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팀장님은 저희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인사기록부에 나와 있는 내용 빼고 말입니다.” “팀장님께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더라도 결국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는 팀장님 뜻대로 되지 않습니까?” “광고인은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팀장님은 은근히 보수적이십니다.” “팀장님은 저희 의견을 듣지도 않고 늘 원칙만 강조하시죠.”
선우는 분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치고야 말았다. “내가 왜 내 목숨을 내놓으면서 한 달을 벌어왔는데? 그런데도 나만 문제가 있다는 거야? 이거 너무들 하는 거 아냐? 이게 바로 우리 팀의 문제 아냐? 팀원들이 팀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믿고 따르지 않는데 어떻게 일이 잘 되겠어?”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좋아, 좋아.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내부적인 문제는 차차 풀어가도록 하고, 내일까지 프로젝트 기획안 준비해서 전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지. 김 대리하고 오 대리 중심으로 역할 분담을 짜보도록 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 선우는 회의실 문을 큰 소리가 나도록 세게 닫고 나와 버렸다.
때늦은 후회
선우 부부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강산을 찾으러 강산이 다니는 연기학원으로 갔다. 선우가 강산에게 소리치면서 강산과 실랑이를 벌이는 순간 아내가 쓰러졌다. 119가 와서 아내를 병원으로 옮겼다. 의사는 자궁경부암이 의심된다며 입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픈 아내 곁을 지키고 있자니 선우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2장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의 고리
테레사 수녀와의 재회
입원한 아내 대신 선우가 슬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테레사 원장수녀는 선우에게 슬이 문제로 상담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두 번째 제안이었다. 선우는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 저녁 때 선우가 유치원으로 갔더니 원장수녀는 슬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가족을 그린 그림에서 선우는 뒷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슬이가 아버님을 앞모습 대신 뒷모습만 그렸다는 건, 그만큼 슬이에게 아버님의 뒷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에요. 이 그림에서 슬이가 아버님에 대해 피해의식이나 미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원장수녀는 선우에게 앞으로 한 달 동안 다른 학부모들과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
첫 번째 목요일: 뜨거운 관심 vs 차가운 관심
“여러분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충분히 쏟고 계신가요?” 원장수녀가 물었다. “여러분 모두 자녀에게 크고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다고 했죠?” “네.” 선우를 포함한 학부모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런데 어쩌면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엉터리 관심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관심’이라는 말에 대해서 큰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테레사 수녀는 화이트보드에 ‘차가운 관심 대 뜨거운 관심’이라고 썼다.
“관심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내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차가운 관심’이란 오로지 자기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에 둔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이들의 관점을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차가운 관심’에 머무르고 있기 쉽습니다. 자녀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설득력을 갖느냐와는 다른 문제겠지요? 차가운 관심은 무관심과는 다르지만,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부류에 속합니다. 아이에게 쏟는 차가운 관심의 실체는 사실 부모의 욕심, 허영심, 자기만족감, 경쟁심, 우월감의 다른 표현일 뿐이죠. 그런 관심을 받는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결국 부모를 향한 마음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뜨거운 관심의 조건은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상대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장수녀는 말을 이었다.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가 진정 원하는 모습 2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과녁이라고 할게요. 부모에겐 단 하나의 화살이 주어집니다. 지금 곧 쏘아야 한다면 어떤 과녁을 맞춰야 할까요?” “어려운 상황이네요.” “과녁을 하나로 만드셔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선우는 팀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의 김 대리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김 대리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요즘 팀장님 안색이 많이 안 좋으세요. 퇴근 후에도 곧장 댁으로 가시는 것 같고요. 무슨 문제라도.” 선우는 아내가 아픈 상황이라고 얘기했고 김 대리는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선우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 “결국 모든 게 나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 이제라도 알았으니 노력해보려고 한다네. 그래서 김 대리의 도움이 필요해.” 선우는 진정으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어차피 팀 문제는 바로 저희 문제이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다만 팀장님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팀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는 그동안 2팀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게 만들었던 ‘모바일’이었다. 거의 매일 회의를 하고 있지만 진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광고의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의견의 충돌이 있었다.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의견이었지만 양쪽 모두를 옳다고 해주는 황희 정승이 될 수는 없었다. 선우는 과녁을 하나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다. 지친 직원들은 선우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결정하라는 건가요?” “팀장님 의견이 늘 결정을 좌우해왔지 않습니까?” “이제까지는 그래왔지요. 하지만 이번 결정은 여러분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제 의견을 이야기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지금 의견이 마치 신세대와 구세대의 구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처럼 들리는데 하나로 합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지금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즉 ‘감동’이 될 수 있겠지요. 자세한 것은 여러분이 중점으로 하더라도 굳이 의견을 내야 한다면 ‘감동 모드’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목요일: 감사
원장수녀는 화이트보드에 ‘감사’라고 썼다. “우리는 감사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에 감사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감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감사란, ‘그 사람’ 자체를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사는 ‘그 사람’에게 커다란 삶의 에너지를 전달해줍니다. 나의 감사로 깊은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감동은 그를 옳은 방향,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줍니다. 감사가 넘치는 가정에는 큰 걱정거리가 생겨나질 않는 법이죠.”
선우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빨래는 강산이가, 청소는 산하가, 장난감 정리는 슬이가 맡아했다고 했다. 게다가 강산은 저녁상까지 차려놓았다. 선우는 진심을 담아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살갑게 다가왔다. 회사에서도 감사하단 말을 달고 살았다. 다른 팀원들도 감사 인사를 자주 하게 됐다. 팀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활기가 넘치게 됐다.
다시 회의였다. 크리에이티브 전략서는 팀원들끼리 충분한 토론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선우가 말한 감동모드를 살려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거 내 의견에 너무 집중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저희도 팀장님 의견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지 팀장님이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 대리의 농담에 모두들 웃음바다가 되었다. “모바일의 기본적인 쓰임새는 ‘소통’에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바일 기술을 전혀 사용할 것 같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작은 기술 하나로 소통하고 그 소통을 감동으로 만들 수 있도록, 콘셉트를 잡고 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소통의 관계를 좀더 확장시켜 봅시다.”
카피라이터 신윤철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 제작하기에도 번거로울 것 같고, 비용도 많아질 텐데요.” 김 대리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림은 단순화하고 통일시키면 될 것 같고, 모델은 일반인으로 가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비용 면에서도 오히려 경쟁력이 있지요.” 팀원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세 번째 목요일: 관찰
원장수녀는 이번에는 ‘관찰하라’라고 썼다. “사실 우리는 아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즉 면밀한 관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관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까워짐을 의미합니다. 절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애정입니다. 그 관찰의 과정을 통해 애정은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경청입니다.”
선우의 아내는 수술을 받았고, 선우는 원장수녀에게 ‘뜨거운 관심’을 대해서 배운 뒤로 아내와 대화를 자주 나누긴 했지만 여전히 아내에게 가슴속 깊이 미안함이 느껴졌다. 선우는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뒤에는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내의 기분을 자주 살피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모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카피라이터 신윤철의 책상에는 시집이며 에세이, 소설책, 잡지까지 온갖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문구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발휘하기 위해 식사하는 시간까지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였다. 오 대리의 책상에는 따뜻한 그림을 만들기 위한 여러 사람의 웃는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평범한 모델을 쓰기로 결정한 다음 오 대리는 프로젝트의 컨셉에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촬영도 했던 것이다. 선우는 오 대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격려해주었다.
김 대리의 책상 위에도 비디오테이프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광고시장의 분석 및 트렌드나 상품, 기업 분석, 전략서 작성도 그가 도맡았다. 김 대리는 팀원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라이벌의식으로 사이가 좋지 않던 오 대리까지 감싸안는 등 팀 워크를 유지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네 번째 목요일: 자기치유와 격려
선우의 아내는 항암치료를 받던 중 쇼크를 일으켰다. 의사는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우는 절망했다.
네 번째 목요일의 주제는 ‘자기 치유’였다. 원장수녀는 말을 이었다. “뜨거운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 지속적인 관찰과 경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병이 있다면, 감사의 마음도, 지속적인 관찰도 금방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격려’만 생활화하신다면, 완벽하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격려란 칭찬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칭찬보다 더 큰 힘을 주죠. 칭찬은 무엇을 잘 했을 때, 또 뭔가가 좋아졌을 때 해주는 것이죠. 그러나 격려는 무엇을 잘못했을 때도, 또 뭔가가 안 좋아졌을 때도 해주는 것입니다. 누군가 힘들어 할 때, 지쳐 있을 때, 실패했을 때, 좌절했을 때, 실망에 빠져 있을 때, 다치고 병들었을 때,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초조하고 불안할 때,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등 누구나 다른 사람의 격려를 필요로 합니다. 격려만이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3장 아내의 선물
뜨거운 관심 프로젝트
오늘 선우는 알렉스 사장에게 이제까지 팀의 쇄신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고, 앞으로 현재의 팀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그저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말이다. 물론 자신의 과오와 무책임함에 대해서도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알렉스 사장에게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 제안서는 새로운 광고전략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기획안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뜨거운 관심을 통한 인재육성방안 제안서>였다. 인재를 어떻게 선별하고, 또한 어떻게 유지하면서 키울 것인지에 대해 매뉴얼화한 체계적인 기획안이었다. 선우의 석박사 과정 때 연구주제였던 ‘조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에 ‘뜨거운 관심’을 접목시킨 것이다. 마침내 알렉스 사장이 외쳤다. “훌륭합니다!”
프레젠테이션 당일이었다. 모두가 만족하는 따뜻한 카피를 만들어낸 신윤철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자막이 올라가면서 시작되는 2팀의 프레젠테이션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행사장을 울리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선우를 비롯한 팀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상관없이 좋은 광고를 만들었다는 광고인으로서의 뿌듯함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선우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병실에 있는 아내에게 달려갔다. 선우 부부는 이 기쁜 소식을 나누며 마음껏 행복해했다. 팀원들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과일바구니와 꽃을 들고 병실로 찾아왔다. “짠! 팀장님, 기뻐하십시오. 우리 2팀 프로젝트가 선정되었습니다.” 강산과 산하, 슬이도 이모 은영과 함께 나타났다. 슬이는 새로 그린 가족 그림을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빠가 앞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선우의 아내는 3차 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내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선우는 자학의 시간을 보냈다. 슬픔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곧 의연해졌다. “엄마가 아픈 것은 아빠 탓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이젠 기운 내세요.”
“팀장님, 놀라지 마십시오. 대상 먹었어요, 대상!”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나서 회사 내에서 2팀은 최강의 팀이 되었다. 팀원들 간의 결속력도 좋을 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늘 좋은 분위기를 선도해 모범이 되는 팀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말에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2팀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 프로젝트가 대상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팀에 안겨준 좋은 선물이었다.
선우는 원장수녀에게 감사할 겸 찾아갔다. 거기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감사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슬이 어머님께서는 이미 자신이 암인 걸 알고 계셨어요. 자신이 그대로 떠나버리면 남은 가족들이 걱정이라며, 슬이 아버님을 보낼 테니 ‘뜨거운 관심’을 가르쳐주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예전에 제가 성당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슬이 어머님이 그때 그 강의를 들으셨지요. 그래서 제게 부탁을 한 겁니다.” “그럼, 결국 저에게 뜨거운 관심을 가르쳐준 사람은….” “네, 맞아요. 제가 아니라 슬이 어머님이셨어요.” 선우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이제 저도 아내에게 받은 귀한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뜨거운 관심’으로 세상의 찬 공기를 데울 거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