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고 잔인하기 보다는, 그저 춥고 쓸쓸한 느낌이었다.
오스칼과 이엘리. 이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창백하게 하얀 아이들의 연기가 공허함을 더했다.
하얀 눈밭에 피를 뿌리는 영화와 아주 잘 어울리는 OST 도 참 좋다.
공포영화라고 하기에는.. 공포감은 안느껴졌고,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장르도 애매하다.
잔인한 장면이 영화 막판에 있기는 한데,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고, 깜짝 놀라서 혼자 잠들 수 없는 정도도 아니었다.
내 의견은, 이 영화 추천한다.
하얀 화면과 텅빈 기분과, 말못할 슬픔을 느끼고 나면 어쩐지 외투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래 부터는 장난기와 스포일러 가득한 내용이 있을 것이니, 영화 볼 사람은 보지마시길.
확 깨니까.
...
영화 초반에 정글짐에 옷도 덜 입고 앉아 있는 여자아이를 보니, 촬영하느라 고생 많이 했겠구나 싶었다.
눈, 눈, 눈, 얼음, 얼음, 얼음..
뱀파이어인 여자아이와 함께 다니는 남자는 아버지뻘 쯤 되어 보였는데
함께 다니는 이엘리를 위해 피를 구해다 주다가, 갑자기 왜 그렇게 무기력 해 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신분이 노출될거 같으니,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후에는 이엘리에게 피까지 바치고 마는 부분..
그래. 솔직히 맨정신에, 내가 이성을 가지고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는 따로 있다. 친구가 이엘리에게 죽고, 또 여자 친구가 '감염'된 한남자 였는데, 도무지 왜 그렇게 정신이 없고, 발작만 해대는지.. 보고 있는데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이엘리를 발로 뻥 차 버리는 장면 후부터는 절대로 이해 못함.)
그가 떠난 후, 나만 느낀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쩐지 오스칼이 그 남자의 '후임'이 될거 같다는 느낌이 와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 갈지는 너무 당연해 져 버렸다.
Let me in 이 국내 개봉 제목인데,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이엘리가 친구에게 초대를 요청 하는 뜻이다.
오스칼의 집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의 몸이 스치는데, 생식기 쪽에 .. 상처가 좀 이상하다.
거세한 남자를 나타내는거 아닌가?
그러면, 이엘리는 보호자와 대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세를 하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틀림없이 물었다.
"내가 여자아이가 아니라도 나를 좋아 할거야?"
근데 이 영화, 순수한 뱀파이어 소녀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인간 남자아이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이엘리가 속인거라면 절대로 순수해 질 수 없잖아?
내용 추가. 이엘리가 오스칼에게 "넌 마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었어. 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 이제 네가 내가 되어줘" 라는 말을 한다.
죽이고 싶은 사람. 또 죽이고 싶은 충동.
내가 되어 달라는 것은, 나 대신 살인을 해 달라는 말?
.. 그냥 모른체 하련다.
ps. 겨울에 북유럽 여행을 꼭 가 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한동안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얼음속에 파묻힌 시체를 꺼내는 걸 보니.. 내가 둘리가 되어 1억년 후에 깨어 날 것 같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