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펴냄. 김희정(머니투데이 기자)
올 겨울 유행 색상.
핫핑크의 표지. (이미지 보다 훨씬 선명함)
생각할 줄 아는 '여자'와 '골빈'여자를 가르는 지극히 이분법적인 사고.
제목이 시비를 걸어서 읽기 시작한 책.
나의 전투의지를 불태워 주는구나.
저자는 79년생. 정확히 나보다 딱 한살이 많다.
이제 갓 서른.
98학번. 인생을 논하기는 어린 나이.
짚어 볼까.. 하나씩..
자꾸 20대 여자를 말하는데, 나는 정확히 '20대 여자' 소속이며, 말하기 좋아하는 동물들은 무슨 막차를 탄것처럼 표현하지만 난 엄연히 나의 30대를 고대하고 있다.
'가볍지 않은 자유'를 정말 아무 눈치 안보고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부모로부터 떨어져 사는게 무슨 혁명인 양 이야기 하지만(저자가) 난 혼자 산지 어언 10년이다.
결혼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
프롤로그부터 거슬린다.
내가 처음 주식을 소유한건(자의든 타의든)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받은 것이니까 대학 3학년.
돈도 돈이지만(당시는 그냥 액면가 500원)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것이 그저 좋았을 뿐.
나중에 뭘하든 밑천이 되면 좋겠다는 '속물'적인 바람 정도.
학생때는 뭘하든 벌어서 손 안벌리고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고, 그 덕에 적금도 세개나 부어가며 살았다.
지금은 고물이 되어 처분한 컴퓨터 3대에 다 쏟아부었지만.(당시 집에 네트웍을 구성)
20대 여자들의 공통점이라 불리는 것들이 어쩌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며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나의 있지도 않은 선천적 결함을 이끌어내고 싶을 때 사용하려고 세워놓은 논리가 아닌가 싶다.
아늑한 보호를 받은적도 없고, 간섭이 아닌 보호는 더더욱 느껴 본적이 없다.
내 위시 리스트에 '단단한, 실용적인 외제차'와 종로 노점에서 발견한 리본 달린 구두, 카메라, 가벼운 노트북은 있지만, 비싼 옷이나 화장품은 없다. 취향 문제인 것이다.
1장 중 부모는 봉이 아니다.
부모가 봉이었던 적은 없다. 가끔 빗장을 내거는 방해꾼인 적은 있다. 지금은 각기 다른 사회생활을 하는 '동료사회인'이고, 나의 아우도 몇안되는 나의 '참 라이벌'이며 신선한 자극제이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아라
난 현재 일하지 않으면 '안먹는'게 아니라 '못먹는'다. 당연히 노동을 해야 하고 그게 큰 공헌이나 명예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대다수는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건 소설책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킨 그럴싸한 소설이다!!
2장 중 열정, 그것이 곧 젊음이다.
저자 당신은 굳이 열정을 논하지 않아도 '젊다'. 젊음을 강조할 필요 따위는 없다. 그리고 열정은 그냥 뜨거운 수증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저절로 피어올라야 한다.
게다가 시나컬하게 말해, 열정은 몸도 마음도 데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서른아홉이라는 나이
저자가 서른 아홉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이유. 아는 선배 중에 멋있고 좋아하는 선배 하나가 서른 아홉이기 때문에.
이게 무슨 비약인가. 빈약한 논거의 극이다.
3장 중 화장실에서 운 그때 그여자
신문기사 제목을 잘못 지었다가 초보의 실수로 인해 선배에게 자존심을 다치고 화장실에서 울었던 일화를 굉장한 시련으로 묘사 하고 있다.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온갖 실수-내 것이 아님에도- 뒤집어 쓰는 일은 허다하다. 게다가 후배의 실수는 웬만큼 이해해 주는 나이지만, 전문가라도 된양 의욕에 넘치는 '실수'를 하는 경우 가차없는 자존심 뽀개기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건 시련도 뭐도 아니다. 그냥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게 월급쟁이는 진화할 뿐이다.
월급은 즐겁게 일한 대가여야 한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멋나는 커리어 우먼만 '돈값'을 하는게 아니다. 즐겁지 않아도 -아니 꼭 신나는 것처럼 방방 뛰며 일하지 않아도 노동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밀고 당기는 협상의 '맛'을 즐겨라
즐길수 있다. 협상할 기회가 있다면.
싸인지가 내 눈앞에 놓이고 이미 프린트되어 있으며, 싸인하려고 펜을 집어 드는데 '싫으면 싸인 안해도 돼'라는 어이없는 멘트가 들린다.
저자. 멋지게 협상한 '실례'를 보여라. 저자도 경험은 없어보인다.
4장 중 check point 반쪽짜리 독립 #2
결혼은 독립이 아니다. 부모가 딸이 결혼하는 걸 봐야 안정되었다고 안심하며 한남자에게 -그도 역시 미완의 인간임에도- 나를 맡겨야 마음을 놓는다는 말을 해도, 그 판단이나 그들의 가치관에 나를 좌지우지 하게 둬야 할 필요는 없다. 안해도 잘 살고 해도 잘 살면 그만이다.
그리고 세상에 살아 있는 이상 마음 놓을 정도로 안정된 State 란 죽고 난 후 납골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므로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 독립의 수단은 없다. 그냥 심리적으로 독립을 갈구 하고, 독립 하면 된다.
학생때가 좋았지 하는 말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과거가 아름다워 보이는 - 회귀 본능이 아닌가 싶다. 학생때는 과연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열어보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가 불안하기만 했고, 책임져야 할 것은 그때도 많았으며, 간섭도 훨씬 심했다.
돈버는 지금이 백배쯤 좋다. 물론 쉬운일이 100분의 1로 줄기는 했지만.
본문중. 사람에게 만큼은 끝없이 투자하라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이 천재 발굴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것이다....
뭐가 이것인가. 천재의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다. 삼성은 천재가 아닌 인재를 원하며, 인재는 범인(凡人)이다. 그것도 말 잘 듣는.
얼떨결에 학생때, 막 시작한 벤처기업 파트타임 3년, 현재 대기업 엔지니어 월급쟁이 5년차. 뚱뚱하고 화장도 안하며, 회사 생활 중에 별 드러운 꼴을 다 본다 하며 풀썩 주저앉은 적 있음.
이 책의 타겟은 누구냐. 20대 후반인 나는 '공감불가'. 30대가 보기엔.. '글쎄..훗..'
재테크도 처세도 아닌 이 어정쩡한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도대체 무엇인가.
선배 앞에서 자존심은 버려라.
이 장도 소설이다. 정말 뼈가 있는 알찬 조언을 '거칠든 친절하든' 표현방법에 관계 없이 진심으로 해 주는 사람은 극 소수이다.
자기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근거없는 '종교를 설파'하는 떠벌이형과, 나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남성인것 까지는 좋으나 그중 또 소수는 남자 후배들 앞에서 큰소리를 치며, 주로 남자 후배들만 데려나가 술이나 밥을 사주는 일이 알게모르게 많다. 대부분은 거절을 못해서, 혹은 그게 좋아서 따라다닌다. 고참 남사원이 다 그런것은 절대 아니며 그중 한 둘만 그런짓을 해도 아주 거슬리기 짝이 없다. 사실 그런 자리에 섞여 앉아 있어도 쓸모있는 정보가 있는 경우 보다는 곳곳에 떠도는 '썰'이나 별로 신사답지 못한 이야기들 뿐이다. 그리고 그 가치 없는 정보로 의기 투합하며 모임 이외를 왕따 시키는 굉장히 유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 진정한 멘토를 발굴애 내야 한다. 나머지는? 겉으로만 존중하는게 살기 편하다.
주의 할 것. 나만은 진심이어야 한다. 기타등등의 선배, 상사에게는 진심인 척이라도 해야 한다.
4장 중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제 읽을만 한가..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재테크 관련 내용은 여기서 시작한다.
수익은 형편 없다 못해 마이너스지만 나도 재테크는 빨리 시작한 편이다.
나의 투자 일기 3. 드디어 주식을 사다.
LG 카드로 20% 수익을 낸 저자의 경험담.(2006년 1월 매수)
지금은 물론 다 처분한 상태일 듯. 현재는 엘지카드는 없어진 상태이며 신한카드와 '사랑'으로 한 몸이 되었다.
꽤 위험한 종목을 고른듯 하다.
5장. 해외여행. 투자로 대신하라.
나가서 계좌를 트고 종목 투자.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일본이 아닌 신흥 경제 성장국으로 여행 갈때 꼭 한번 시도해 봐야 겠다.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의 경험담은 아니다.
결혼 자금이 아니라 내 집마련을 목표로 정해라
현재 주변 미혼인 중에 결혼 자금을 위해 재산을 모으는 사람은 없다.(그렇게 말을 한다 해도 거의 말뿐이다)
결혼은 있는 자금에 맞춰서 하면 된다.
굳이 신세를 질 생각도, 떠안을 생각도 없다. 드레스 안입어도 좋고, 사진 안찍으면 그만이고, 정 아쉬우면 예쁘게 화장하고 어디 밖에 나가서 둘이 오붓하게 찍어도 된다.
"우리 딸은 자기 벌어 놓은 것으로 시집갔어요" 하는 자랑을 들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한참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사는 지겹다. 집을 갖고 싶다.
Epilogue 중.
대략 세시간 반만에 다 읽었다. 초 중반부 짜증. 후반부 아는 내용이 대다수 이지만 되새김질 하는 셈 치고 다 읽었다. 그러나 남자보는 눈으로 투자 할 기업을 고른다면 난 꽝이다.
아까 서점에서 '남자 요리법'이라는 책 제목에 씁쓸 했던 것 처럼, 뒷맛이 쓰다.(男子가 식재료인가?)
하여간, 무엇이든 알고 덤벼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저자도 그다지 경험이 풍부해 보이지는 않지만, 기자라 해도 듣는게 많아진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문 지식을 열거하지 않은 점을 무어라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난 명품도 구분할 줄 모르고, 백화점 세일은 아예 모르고, 커피는 좋아하니 마신다. 나에게 무심하며 자유로운 공간이 제공 되므로 기꺼이 지불할 뿐이다.
딱 신문 기사의 수준. 일반적인 지식의 나열일 뿐 결국 생생한 맞춤형 정보(책 뒷장은 이런 정보를 제공한다고 뻔뻔 스럽게도 말하지만)는 어디에도 없었다.
인터넷 뉴스 기사나 신문 경제면이 늘 그렇듯 '누가 보아도 사실'의 열거와 기술일 뿐, 다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건 늘 내 몫이다.
왜 '지명도 있으신 분들'께서 이 책에 추천글을 남겼는지는 따로 만나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말하고 글쓰는게 직업인 기자의 책에 내가 딴지 거는 것이 허한 일이긴 하겠지만, 기분좋은 책은 절대 아니다.
그래. 그럼 이렇게 잘나서 떠드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소위 저자가 도매금으로 매도한 '된장녀'가 안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일단 내가 원하는 건 자유. 그리고 결정권. 제어권. 이를 위해서는 돈. 돈이 필요 하다.
모으고 다지고 불려나가고, 또 이를 위해 나는 내 생각을 키우고 직관력과 결단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 하다. 난 그냥 그런 것들을 위해 노력 하면 된다.
쉬운가? 쉽지는 않겠지.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