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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ch's monologue/life log

서울내기를 보고 받은 충격의 기억들..

어릴때는 어른들이 대도시 아가씨들이 깍쟁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할 때,

깍쟁이가 뭔지는 몰라도 조심해야 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 했었지.


그래서 촌동네 노총각이었던 외삼촌이 대구 '깍쟁이' 아가씨와 결혼 하게 되었을 때 한참 관찰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외숙모는 깍쟁이라기 보다 똑순이에 가깝다고 보긴 해야 겠지만.

그 만큼 생활력이 강하다. 


대구에 처음 갔을 때 내 느낌은 남자들이 너무 마초적이라 (공대라 지들끼리 있으니 더 그런지도) 불쾌했던 기억이 먼저. 

여자 후배나 여자 친구를 '딸내미'라고 부르는게 아주 거슬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여자들은 그냥 약았다고 표현하는게 좋을거 같긴 하다만, 다행히 주변에 문화적 충격을 주는 여자는 많지가 않았다. 


문제는 나중에 있었는데. 


첫 직장을 가서 대규모 서울내기를 봤을 때. 


합숙 훈련이다 보니 갖혀서 규율에 따라 지내느라 다들 답답하긴 했겠지만, 나름대로는 똑똑한 아이들이었을텐데..


브랜드 옷을 다 갖춰 입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내가 촌스럽다는 건 어쩔수 없이 포기했다.)


1. 누군가 외박 다녀 오면서 파리바게트 같은데서 치즈케익을 사오고, 코스트코의 거대한 쿠키를 사와서 나눠 먹었는데..


아주 환장들을 하는거다. .. 이게 뭐라고 얘들이 환장을 하나.. 맛은 있다만 이게 뭐라고..


2. 외박 다녀 와서 베니건스에서 밥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는거다. 


.. 연수원 밥이 아주아주 잘나왔었기 때문에, 그 기름진게 왜 맛있다고 느껴졌고 왜 다들 동의를 하는지 이것 또한 미스테리.. 


3. 연수 마치고 누가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서 강남 모처에서 만났는데..


이태리 음식을 한상 떡 벌어지게 시켜놓고 다 나눠 먹는데.. 맛있다고 난리다.. 


..왜 이돈을 주고 이런걸 먹고 앉아 있지? 


4. 알밥집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돌솥에 밥 한그릇 주고 위에 고명이 얹혀 있는 그냥 밥.. 


이걸 왜 줄을 서서 먹고 앉았지?


5. 오무라이스 전문점 ..두번 가 봤는데 두번다 생각하길..


이 케찹발린 밥을 왜 먹겠다고 줄을 서는거야?


6. 떡볶이 유명한 집..맛있다고 해서 갔더니.. 맛은 있는데..


아니.. 왜 국물에 여러가지 풀어놓고 계란 노른자 풀어 먹는데 이런 집이 대박을 치는거야? 


7. 김치찌개 유명한 집..


아니 집에서 이렇게 끓여 먹으면 되는데 여기 까지 와서..ㅡㅡ;;; 


8. 대구 살때, 서울에서 누가 결혼 한다고 하면 올라가고 했었는데..


친한 사람이 분당이나 수원에서 결혼 한다고 하면 안가는 서울내기들... 멀다고? 


모임도 마찬가지. 강남에서 모임하면 수원 근무자들은 올라가는데, 수원에서 모임하면 수원, 기흥 근무자라도 모임에 안나온다.


지들 보고 싶으면 서울로 오라는 건가?


 

그러고보니 주로 먹을 것과 연관이 되어 있네. 


암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서울에 살다보니 분당, 일산, 수원이 멀게만 느껴진다.....이게 어찌된 일인가...